Library Of Ruina 攻略 W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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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istPort

公式で公開していたピアニスト(現在非公開)の翻訳です。
公式日本語訳を担当なさるアマノケイ(アマノケイ0)さんよりお借りしています。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語句をLoR仕様に変更しています。(例:便利屋→フィクサー)

38歳、くたびれたスーツを着たピアニスト
音楽の裏路、第9区の裏路地で、私は一日を始める。
仕事を求め、地下酒場の扉を叩き あてもなく、裏路地を彷徨い歩くだけだ。
けれど、既に私の評価はこの辺りでは底辺になって久しい。
「ただ譜面をなぞるだけの卑しい音楽家」「下らない遊び人」「金もコネもない底辺ピアニスト」
自分の限界がこの程度であることは 他の誰に言われるまでもなく知っていた。
高級レストランの専属ピアニスト、 財閥で開かれる、華やかな社交界での演奏者、
あるいは私だけの個人演奏会。
これらすべては今の私にとって、ただ機会を逃した未練にすぎない。
黴臭く煙たい12坪ぽっちの安っぽい地下酒場。
消えゆく電球の朱色が照らす景色は墓所を彷彿とさせる。
私のような、下流階級人生の墓場。
実力もないフィクサーと組織の下っ端みたいなクズたちが集まって
くだらない励ましの言葉で、互いをおだてあう場所。
ここで私はただ楽譜だけを見つめて白黒の鍵盤を叩く。
周りを気に掛けないまま、頭を垂らして演奏をし始めたのは 私ですら記憶が朧げな14年前だ。
出世の機会を逃した24歳、初めて酒場で演奏することになった。
安っぽいスナックバーでの演奏というのは 私にとってもう後のない、崖っぷちに立つことだった。
私の演奏が始まると、客はぽつぽつと会話をやめ、 私に顔を向け、演奏に聞き入り以心伝心する
...ということまでは望まなかったが、
私の音楽が少しでも認められ、彼らの慰めになることを望んだ。
しかし、酒場の様子をふと眺めてみると、私の音楽は酒場にとって
当たり前にある紙ナプキン程度の価値と認めざるを得なかった。
私というピアニストでなくても構わない。
ただ、楽譜通りに演奏ができる代替品なら何でもいいのだ。
テーブルに載せられたナプキンと花瓶のように、あるべき場所に
見栄えよく見せるために、適当に置かれているだけの......
無駄な思索に耽ることが多くなった。
都市を満たした3日間の光と3日間の闇、そして1日の静寂。
その1週間を境に、演奏の最中、よく昔の思い出に浸ると同時に 忘れていたものが思い浮かばれる。
都市には不似合いな温もりと不安、そして静寂の中で
自分自身を振り返られるほどの余裕でもできたのだろうか。
考えに浸ることができるほどの心は、とうの昔にすり減って無くなったはずなのにだ。
今日もピアノの音よりお客の罵言雑言とおしゃべりが煩い
この安っぽい酒場で私は指を一生懸命に動かして そっと目を閉じる。
私ができる唯一の事は、ただピアノの鍵盤を叩くこと。
楽譜をなぞるだけのバカどもはありふれていた。
しかし、そいつらの多くは、私よりも高い場所にいる。
いつの間にか、大したことないと思っていた奴らがパトロンをつけて
1人、また1人のし上がっていく様をただ見ているしかなかった。
羨ましくはあったが怒りは無かった。
いつしか自分の才能が認められれば
金とコネの力で成り上がった奴らよりも高みに立てると自分に言い聞かせた。
しかし、その自信が瓦解するのは早かった。
この道へ本格的に入って1年余りが経った頃。
「つまらない演奏」と言われた。
1つだけ残った才能さえも誰かの才能に比べると、とてもみすぼらしいものであった
これを果たして才能とよべるのだろうか。
ただ、人より楽譜を読むのが速かった、指の動きが速かっただけ。
そしてピアノの音が好きだっただけ。
特筆するに値しない平凡な適性であったことを知らずにいた。
自分だけが持つ、特別な芸術的才能と勘違いしてきた。
そして、自分になかったのは、金持ちの家族や パトロンだけではなかったと悟ることになった。
才能すら無かった。
私の演奏は私だけができる演奏ではなかった。
楽譜の上の五線紙をなぞって弾くだけの誰でもできる演奏。
私でなくてもいい演奏。
それなのに、どうして私は鍵盤の上から25年以上も 指を離せないのだろうか。
ピアノが好きだからだろう。
誰も耳を傾けやしない、自分のためだけの小さな演奏を 今までし続けている。
誰かに肩を乱暴に掴まれて我に返った。
1人の酔っ払った野郎が激昂した顔で私に何か言っている。
一緒にいた連れのために自分がピアノをちょっと弾くから 椅子からどけと言われる。
私の手はその最中にも止まらず、鍵盤を叩いている。
曲が終わるまでは、指を止めることができない。
尻を離すことはできない。
私の席を譲ることはできない。
浅はかな自尊心でしがみついてきた退く所のない自分だけの椅子だった。
店主がやってきて、騒ぎを起こすなと言う。
今すぐ退かないなら、これから仕事はないと思え 大声でそう脅す。
椅子に座ったまま、彼らを見上げながらも一生懸命に指を運ばせながら
演奏をしていると、再び悟ることになる。
私の演奏はいつも底から流れるものだった。
私はただ頭を上げているだけの、沈む演奏をしていた。
その瞬間、頭が響いた。
店主が頬をぶって、私の演奏は終わった。
水に濡れたタオルを頬に当て、隅のテーブルに腰を下ろし
不躾な奴がピアノの前に座っているのを見つめた。
窮屈な酒場はいつもの通り騒がしく どのテーブルからも下世話なおしゃべりが聞こえてくる。
礼儀も知らない奴がピアノの椅子に座って 唾を飛ばし散らしながら 奴の友達にカッコつけている。
話を聞くと、趣味で時々ピアノを弾いてきたようだ。
腫れ上がった頬をさすりながら、私もピアノを仕事から趣味にしていたら
今よりは少しはマシになっていたのだろうか、そう考え出した頃だった。
甘美なる旋律が流れた。
あのピアノが果たして、先程まで私が弾いていた安物のピアノなのだろうか。
確かに自分が演奏した曲と同じであるのに、旋律に胸を抉られる。
酒場はまだ喧騒に満ちていたが、自分にだけは鮮明に聞こえてきた。
そして、徐々に酒場の音は消え失せ、
そこに美しい旋律だけが残る。
涙が流れる。
自分の心を貫く旋律に身が震えて 美しくも痛くて涙が流れた。
曲がピークに達するにつれて、12坪余りのこの場所は 世界にまたとない心地良い空間となっていく。
これが真の才能だ。
瞬間、私は席を勢いよく立ち上がり、ピアノへ駆けた。
そしてピアノを演奏していたクソ野郎を椅子から力一杯に 押しのけた。
私の頭を鍵盤の上へ狂ったように叩きつけた。
どん。
ばきっ。
ポロン、ポロン。
ピアノの鋭い音が大きくこだまする。
右眼が黒鍵に刺さり、眼窩から液体が流れ出る。
頭を鍵盤に擦り付け、すり切った。純白の鍵盤が赤く染まっていく。
続いて捩じり捥いだ左腕を鍵盤に押し付け潰した。
口を開けてピアノの縁に刺した。
歯は折れて、抜けて、ピアノに刺さった。
全身をピアノに擦り付け、叩きつけて、削り取る。
今までのピアノでは聞けなかった、全く別の音が聞こえてくる。
客が私の演奏を無視して聞かなかったことは、恨んでいない。
奴が私の演奏を無礼にも止めたことは、恨んでいない。
店主が私の肩を持たなかったことは、恨んでいない。
同輩がパトロンのおかげで成り上がったことは、恨んでいない。
私はただピアノが好きだから、ピアノを弾いて生きたかっただけだ。
この都市では許されない。
単に好きだという気持ちだけではできないことだらけだ。
自分らしく生きていく自由はどこにあるのか。
どうして私は鍵盤から離れられないのだろうか。
どうして蔑まれないといけないのか。
評価されることが全ての、この都市を嫌悪した。
名前も知らない奴が私を押しのけてピアノの前に座ったときには、
私の椅子が奪われたとは思わなかった。
だが、あの演奏が私を魅了したとき、真の意味で私の椅子は奪われた。
私の演奏はどうして他者の心を魅了できないのか。
どうして私さえも魅了することができないのか。
...すべてが歪んでいる。
気が付けば酒場のすべてが私の演奏に耳を傾けている。
私の演奏だけを聴いていた。
私の血肉まみれになったピアノが酷く軋む。
それでも、どうしてこの体はかつてないほどに
一生懸命にピアノを弾くことができるのだろう?
そういった疑問は、この刹那の歓喜に比べれば些細なものである。
止まることなく、いまいましい自分の体をピアノに叩きつけて演奏する。
ピアノはとっくに壊れてしまっているはずなのに
姿かたちを保ったまま、むしろどんどん大きくなっている。
鍵盤が増えながらより大きくなる。
鍵盤が増えるにつれて私の腕も増える。
演奏のための新しい腕が生えてくる。
音楽はさらに甘美に、美しく響き渡っていく。
目の前に楽譜が開かれる。
人々が私の様に裂けて音符になっていく。
あの野郎の体から滲み出たものと同じ音を紡ぎだす。
フィクサーが剣を抜く。
しかし、やがて彼らも演奏の一部になっていく。
五線紙の上に音が見える。
悲鳴、肉が爆ぜる音、骨が折れる音、内臓が抜き出される音...
ただの騒音でしかないものが私を通じて旋律になっていく。
次第に美しく演奏されていく。
これこそが私の才能だ。
地下に押し込められていた私のピアノは、一つになって、高い舞台へと向かう。
都市の底で1人演奏をする。
いつか都市の人々のすべてが、私の演奏だけを聴けるように さらに力強く鍵盤を叩く。
もう下らない思索に耽る必要もない。
パトロンも才能も関係ない。
私が生み出す旋律の前ではすべてが些細なものだ。
二度と誰にも譲りはしない、自分だけのピアノの前の巣を守り、
自分だけが演奏できる旋律を流す。
私の演奏は底から流れるが、もう沈みはしない。
今となってはどちらが見下ろしながら演奏しているのか...
…今となってはどちらが見上げながら旋律に身を震わせているのか
私は都市で生まれた、ただの惨めなピアニストだ。

韓国語原文

38살의 해진 정장을 입은 피아니스트. 음악의 골목, 9구 뒷골목에서 나는 하루를 시작한다. 일거리를 찾기 위해 지하주점의 문을 두들기며 정처 없이 뒷골목을 배회할 뿐이다. 허나 내 평판은 진작 이 골목에서 바닥을 기게 된 지 오래다. '악보대로만 따라칠 뿐인 비루한 음악가.' '시시한 딴따라.', '돈도 연줄도 없는 밑바닥 피아니스트.' 자신이 도달할 수 있는 천장은 여기까지임을 다른 누구보다 처절하게 알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의 전속 피아니스트, 재벌들의 화려한 사교회 연주 담당 혹은 자신만의 개인 연주회. 이 모든 것은 이제 나에게 그저 때를 놓친 미련일 뿐.

온갖 매캐한 연기가 자욱한 지하의 12평짜리 싸구려 주점. 꺼져가는 전구의 희미한 주홍빛이 비치는 풍경은 무덤과 닮았다. 나와 같은 하류 인생들의 무덤. 능력 없는 해결사들과 조직의 말단 같은 쓰레기들이 모여 같잖은 위로의 말로 서로의 가치를 치켜세워주는 곳.

이곳에서 나는 오직 악보만을 응시하며 하얗고 검은 건반을 두드린다.

주위를 신경 쓰지 않은 채 고개를 떨구고 연주를 하게 된 것은 나조차 기억이 흐릿한 14년 전이다. 출세의 기회를 놓친 24살에 처음으로 주점에서 연주하게 되었다. 싸구려 단란주점에서의 연주라는 것은 나에게 더 물러날 곳 없는 벼랑 끝 장소와도 같았다. 내 연주가 시작되면 손님들이 하나둘씩 대화를 멈추고 나에게 고개를 돌려 연주를 감상해주며 하나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까지는 바라지 않았지만, 내 음악이 조금이나마 존중받고 그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주점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 음악은 주점에 응당 있어야 할 냅킨 정도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라는 피아니스트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저 악보를 따라 연주할 수 있는 소품 역할인 그 누구라도 있으면 되는 것이다. 테이블에 올려진 냅킨과 꽃병처럼 있어야 할 자리에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적당히 놓여 있을 뿐인…

쓸데없는 사색에 잠기는 일이 많아졌다. 도시를 감쌌던 3일간의 빛과 3일간의 어둠 그리고 하루의 정적. 그 일주일을 기점으로 빈번하게 연주 중 옛 생각에 빠짐과 동시에 잊힌 것들이 떠오른다.

도시와 어울리지 않았던 따스함과 불안함 그리고 정적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라도 생겼던 것일까. 생각에 잠길 수 있을 만큼의 마음은 진작에 닳고 닳아 사라졌을 터인데 말이다.

오늘도 피아노 소리보다 손님들의 욕지거리와 수다 소리가 더 큰 이 싸구려 주점에서 나는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지그시 눈을 감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오직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것. 악보만을 따라칠 뿐인 멍청이들이 널리고 널렸었다. 하지만 그들 대다수는 나보다 높은 곳에 있다. 어느새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던 놈들이 후원자의 지원 덕으로 하나둘씩 위로 치고 올라가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부러웠을망정 분노하지는 않았다. 언? 가 자신의 재능이 인정받게 된다면 돈과 연줄로 올라간 놈들보다 높이 설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깨진 것은 우스우리만치 빨랐다. 이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선 지 얼마 안 되었을 1년 남짓한 무렵. '재미없는 연주'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나 남은 재능마저 누군가의 재능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할 뿐이었다. 이것을 과연 재능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저 남들보다 악보를 읽는 속도가 빨랐고 손이 빨랐을 뿐. 그리고 피아노의 소리를 좋아했을 뿐. 특출나지 않은 적당한 적성 따위였다는 것을 몰라왔다. 자신만이 가진 특별한 예술적 재능이라 착각해왔다. 그리고 자신에게 없던 것은 돈 많은 부모나 후원자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재능조차 없었다.

내 연주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연주가 아니었다. 악보에 적힌 오선지를 따라 두드릴 뿐인 누구나 할 수 있는 연주. 내가 아니어도 되는 연주. 그런데도 왜 나는 건반 위에서 25년이 넘도록 손을 내려놓지 못하는가.

피아노를 좋아하기 때문에 일 것이다. 아무도 귀 기울여 듣지 않을, 나만을 위한 작은 연주를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누군가 어깨를 거칠게 잡아당기는 힘으로 눈을 떴다. 한 놈팡이가 술에 취해 격양된 얼굴로 나에게 무어라 말을 한다. 같이 온 동료들을 위해서 자신이 피아노 연주를 좀 해보겠다며 자리를 비키라고. 내 손은 그 와중에도 멈추지 않고 건반을 두드리고 있다. 곡이 끝나기 전까지는 손가락을 멈출 수 없다. 엉덩이를 뗄 수 없다. 내 자리를 양보할 수 없다. 비루한 자존심으로 꿋꿋이 지켜왔던 물러설 곳 없는 나만의 자리였다. 점주가 와서 일 벌이지 말라고 한다. 당장 비키지 않으면 앞으로 일이 없을 것이라 큰소리로 엄포를 놓는다. 의자에 앉은 채 그들을 올려다보면서도 부지런히 손가락을 놀려 가며 연주를 하고 있자니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내 연주는 언제나 바닥에서 흐르는 것이었다. 난 그저 고개만 올려다볼 뿐인 가라앉는 연주를 하고 있었다.

순간 머리가 울렸다. 점주가 뺨을 내리치며 내 연주는 끝이 났다.

물에 젖은 수건을 볼에 갖다 댄 채 구석의 탁자에 앉아 무례한 놈이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것을 지켜보았다. 비좁은 주점 안은 여전히 쩌렁쩌렁하게 테이블에서 저마다의 천박한 수다가 울려 퍼진다. 예의라고는 모르는 녀석이 피아노 의자에 앉아 침을 튀겨가며 제 친구들에게 잘난 채 하고 있다. 이야기를 듣자 하니 가끔 취미로 피아노를 쳐온 모양이다. 부어오른 볼을 어루만지며 나도 진작에 취미로 전향했다면 지금 보다 좀 나아졌겠느냐는 생각을 할 무렵이었다.

감미로운 선율이 흘렀다. 저 피아노가 과연 방금까지 자신이 사용한 싸구려 피아노가 맞나 싶었다. 분명 자신이 연주했던 것과 같은 곡임에도 곡조가 가슴을 후벼판다. 주점의 소리는 여전히 시끄럽지만, 자신에게만은 또렷이 들려왔다. 그리고 점차 주점의 소리는 사그라들며, 그곳에 아름다운 곡조만이 남는다.

눈물이 흐른다. 자신의 마음을 관통하는 선율에 몸이 떨렸고 아름답고 아파서 눈물이 흘렀다. 곡이 절정을 치달음에 따라 12평 남짓한 이 장소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아늑한 장소가 되어간다.

이것이 진정한 재능이다. 난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피아노로 향했다. 그리고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던 개자식을 있는 힘껏 자리에서 밀쳐냈다. 내 머리통을 피아노 건반 위에 미친 듯이 두드렸다.

쿵. 뚝. 띵띵.

피아노의 날 선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다.

내 오른쪽 눈알이 흑건에 박혀 눈에서 물이 흘러나온다. 머리를 건반 위에 비비고 갈았다. 순백의 건반이 붉게 물들어간다. 이어서 왼팔을 비틀고 꺾어 왼손을 건반에 짓뭉갰다. 입을 벌려 피아노의 모서리에 박았다. 이빨이 부러지고 뽑히며 피아노에 박힌다. 온몸을 피아노에 문대고 내리치고 갈아낸다. 지금껏 피아노에서 듣지 못했던 전혀 다른 소리가 들려온다. 손님들이 내 연주를 외면한 것은 밉지 않았다. 저 새끼가 내 연주를 무례하게 멈추게 한 것은 밉지 않았다. 점주가 내 편을 들지 않은 것은 밉지않았다. 후원자 덕으로 높이 올라간 동기들이 밉지 않았다. 난 그저 피아노가 좋기에 피아노를 치며 살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이 도시에서는 허락되지 않는다. 단순히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나답게 살아갈 자유는 어디에 있는가. 왜 나는 건반에서 몸을 떼지 못하는가. 마음이 왜 멸시받아야만 하는가. 평가받아야만 하는 이 도시가 혐오스러웠다. 이름도 모를 놈이 나를 밀쳐내고 피아노 앞에 앉았을 때는 내 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연주가 내 마음을 홀렸을 때 난 진정으로 내 자리를 빼앗겼다. 내 연주는 어째서 사람의 마음을 잡지 못하는가. 어째서 나조차 홀리지 못하는가. …모든 것이 뒤틀려있다.

정신을 차리니 주점 모두가 내 연주에 귀 기울이고 있다. 나의 연주만을 들어주고 있었다. 내 피와 살점으로 범벅이 된 피아노가 너절하게 삐걱거린다. 그런데도 어째서 내 몸은 그 어느 때보다 온 힘을 다해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가? 따위는 지금, 이 순간의 환희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다. 멈추지 않은 채 빌어먹을 내 몸뚱이를 피아노에 두드리며 연주한다. 피아노는 진작에 망가졌어야 마땅함에도 모양새를 갖춘 채 오히려 더 커져 있다. 건반이 늘어가며 더 커진다. 늘어난 건반에 따라 내 팔은 늘어난다. 연주를 위 한 새로운 팔이 솟아난다. 음악은 더욱더 감미로우며 아름답게 울려 퍼져간다.

눈앞에 악보가 펼쳐진다. 사람들이 나와 같이 찢기며 음표가 되어간다. 놈팡이의 몸에서 우러나왔던 것과 같은 소리를 자아낸다. 해결사들이 검을 뽑는다. 하지만 이윽고 그들도 연주의 일부가 되어간다. 오선지 위에서 소리가 보인다. 비명소리, 살이 터지는 소리, 뼈가 부러지는 소리, 내장이 뽑히는 소리... 분명 소음일 터인데 나로 인해 선율이 되어간다. 점차 아름답게 연주되어간다. 이것이야말로 내 재능이다. 지하에 처박혀있던 나와 피아노는 하나가 되어 높은 무대로 향한다.

도시의 바닥에서 홀로 연주를 한다. 언? 가 도시 모든 사람이 내 연주만을 들을 수 있도록 더욱더 힘차게 건반을 두들긴다. 더이상 시덥지 않은 사색에 잠기지도 않는다. 후원자든 재능 따위든 상관없다. 내가 자아내는 선율 앞에서 모든 것이 하찮을 뿐이다. 다시는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을 나만의 피아노 앞 보금자리를 지키며 나만이 연주할 수 있는 곡조를 흘린다. 내 연주는 바닥에서 흐르지만 더 가라앉지 않는다.

이제 누가 굽어보며 연주하고 있는가…

...이제 누가 올려다보며 선율에 몸을 떨고 있는가.

난 그저 도시에서 태어난 비루한 피아니스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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